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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 또 하나의 본질

작성자 바람    1.225.***.92
등록일 19.09.09 조회수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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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 또 하나의 본질 

 

 

조국의 존재이유는 국민들도 대체로 찬성하는 검찰개혁을 위해서다. 검찰개혁이 달이라면 조국은 손가락이다. 손가락의 선택도 엄지를 할지 약지를 할지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니 저항이 있으리라는 처음부터 예상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시작되고 보니 진보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검찰개혁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전 방위적으로 사람들이 조국을 공격하고 있다. 명문대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중년층 심지어 진보 층마저도 분노하는 이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조국과 그 가족의 부도덕성, 진보와 보수세력 간의 권력다툼, 총선, 하이에나 같은 언론 속성 등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만으로는 이처럼 광범위한 분노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한 달간의 조국사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일종의 계급갈등 같은 것이었다. 사실 계급 갈등도 아니다. 한 마디로 기생충”. 이것이 조국사태의 본질이다. 평균적인 한국인들은 현재 자신의 삶에 불만이 없진 않으나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해외여행 갈 수 있고 사는 집도 그런대로 살만하고 취미생활도 하려면 언제든 가능하고 사고 싶으면 모아놓은 돈으로 살 수 있고 자식들도 대학 다니고 자리 잡고 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쪽팔리는 인생은 아니라 자위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조국 사태를 보면서 자신과 전혀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았다. 간간히 풍문으로 전해지던 이야기가 시시콜콜하게 전달되면서 그나 나나 같은 인간이겠거니 했는데 소사이어티가 다르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 순간 사람들은 자신이 기생충으로 돌변해있음을 알아차렸다.

 

그것도 약자를 위하여 정의를 부르짖던 진보 인사의 삶을 통해서 알려짐으로써 더 극적이었다. 고약하게도 이것이 사람들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상처를 건드려버린 것이다. 자존감에 상처를 낸 것이다. 여기에 조국과 그 가족들이 있었다. 불운이라면 불운이다. 한 마디로 이번 조국 사태는 사람들의 마음에 쪽팔린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자존감에 스크래치를 낸 거였다. 그래서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부모들은 부모대로 분노에 송강호가 칼부림하듯이 마구 분노를 휘둘렀다. 일개 장관 하나 뽑는데 온 나라가 한 달 동안 진창에 빠져 허덕였다. 어떤 증거에도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이성은 작동되지 않았다. 해소는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혹만 이어졌다. 그것은 분노의 이어짐이었다. 지난 한 달의 과정이 그랬다.

 

그 사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했던 말이 공정이나 특혜라는 말이다. 공정하자는데 누구도 반대할 사람 없다. 취지를 누가 탓하랴마는 이 말의 배후에는 나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가 아니다. 왜 너만 덕을 보느냐는 심리가 강하게 있다. 바로 분노가 있다. 가령 서울대학생들은 누구보다 기존의 제도 덕을 보았음에도 조국의 딸 향해 분노를 당당하게 표출한다. 공정이 아니라 쪽팔림 때문이고, 자존심에 난 스크래치 때문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다. 이것은 비단 대학생들에게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이것이 이번 조국 사태의 본질이라 본다.

 

어릴 때 어느 날 집에서 식모살이 하던 여자아이의 집에 갔더니 마루에 백색가전 제품이 있었다. 한창 산업화 시절 식모살이 그만두고 도시로 나가 돈을 벌어 부모한테 사준 거다. 보는 순간 쪽팔림 같은 것을 느꼈다. 상황은 달라도 감정은 아마도 조국을 보는 일반 국민정서와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싶다. 지난 40년 동안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는 앞서 말한 불만은 있지만 삶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매년 엄청난 경제성장을 해왔으니 적든 많든 누구에게나 성과가 돌아갔고 불만을 가질 이유가 적었다. 그리고 오늘 3만 불까지 왔다. 비교적 우리 사회는 기회는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에 계층 간 갈등이 의외로 적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라 본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착시현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즉 그 생각이 허구라는 것을 안 것이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거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소득양극화 심하다고 했지만, 그것을 몸으로 느낀 사람 얼마나 될까. 자기가 속한 소사이어티에서 뒤쳐지지 않으면 괜찮겠거니 하고 살아왔고 그리고 매년 2.5% 수준의 성장하니 언제든 과거식은 아니라도 돈 벌 기회가 있다는 희망이 양극화의 현실을 애써 외면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계층의 실상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국사태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게 해준 것이다. 판도라상자를 열어버린 것이다. 너도 나도 지나가는 강아지도 분노하는 대한민국이 되어버린 까닭이다.

 

이제 검찰개혁은 관심 밖이다. 자신이 기생충이라는 사실, 이것이 문제였다. 일단 분노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는데 바로 조국과 그의 패밀리이었다. 여기에 조국사태는 아무런 제동 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버렸다. 누구도 이런 진행이 되리라는 것을 예측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신종 계층갈등 사태를. 그러나 이 갈등은 있는 자와 없는 자, 지배자와 피 지배자의 대립이 아니다. 누구와 누구와의 대립도 아니다. 핵심은 간단하다. 박탈감이다. 박탈감 느끼는 자와 느끼지 않는 자의 대립이다. 이것은 욕망영역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기득권도 자신이 기생충이라 여기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서울대학생의 촛불시위가 그렇다. 살면서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사태다. 쪽팔림으로 인한 내전 사태였다. 이건 광기다.

 

엉뚱한 분석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이번 사태가 이해가 간다. 누군가 이 이번 사태가 윤석렬을 거물로 만들지 묻더라. 거물이 될지 골목대장이 될지 또 문재인 정권이 레임덕으로 몰릴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각자가 원한다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동남풍이 부는 대로 움직일 거다. 만약 쪽팔림이 동남풍이라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조조의 불화살 공격이 적벽대전에서 자기 진영을 태우듯 자신을 태워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당할지는 바람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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