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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칼럼

일상, 뉴스, 정책, 법안자료들을 살펴봅니다.

역(逆)민주주의 : 이명박 정부와 민주주의의 퇴행

저자 조성대 |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등록일 12.01.10 조회수 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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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逆)민주주의 : 이명박 정부와 민주주의의 퇴행

이 글은 참여연대에서 발간한 다양한 “이슈 리포트”를 근간으로 작성되었다.

자료를 제공해준 의정감시센터의 황영민과 이선미 간사에게 감사드린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노동자를 소외시키며, 경찰·사법·정보기구들이 권위주의적 양태를 보인다고 비판할 수 있다. 보수정부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반민주적이라고 평하게 되면, ‘민주정부’라고 생각하는 앞선 정부들은 그만큼 긍정적으로 미화될 것이다." (최장집, 경향신문 2009.08.11)

1. 어떻게 진단하나?

 

민주화 25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민주 대 독재의 균열구조에 마침표를 찍은 이후 두 번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헌팅턴(S. Huntington)이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서 정의한 민주적 공고화의 조건이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영역에서 성취된 셈이다. 민주주의 연구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진보학자도 이명박 정부는 보수주의 정부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반민주적 정부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대통령이 시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고 집권당과 반대당 사이의 정권 교체가 두 번 이루어졌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것일까? 민주주의는 특정 조건이 ‘없거나 있거나’식의 이분법적 디지털의 영역은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게임의 규칙들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그 수준을 평가해야 하는 아날로그의 영역이다. 이런 관점에서 적어도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는 정도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국민주권의 실현을 의미하는 민주주의를 평가함에 있어 이 글은 실질적 민주주의보다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영역을 분석대상으로 한다. 전자의 영역은 이어진 글들에서 자세히 논해질 것이다. 어떤 기준선을 가지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평가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다음의 기준은 유용한 평가의 틀을 제공한다. 첫째, 반응성(responsiveness)과 책임성(accountability)이다. 대통령과 의회로 구성되는 정부는 정책의 추진과 집행에 있어 정당, 시민사회, 넓게는 시민 일반으로부터의 사회적 요구에 성실하게 반응해야 한다. 이는 한편으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정책을 수립하고 책임 있게 집행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그 요구가 분출되어 소통되고, 그리고 제도권으로 수용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자유롭게 보장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 견제(check)와 균형(balance)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권력분립(separation of powers)에 입각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제도적 근간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사법부의 독립과 법의 공정한 집행은 민주적 질서의 유지에서 무척 중요하다.

이러한 분석틀을 이용해 이 글은 지난 4년간의 한국정치가 반응성과 책임성의 측면에서 시민의 손․발․입을 묶고 사회적 요구에 귀를 막은 불신(不信)과 불통(不通), 견제와 균형의 측면에서 날치기와 의회 비껴가기를 일삼은 불안(不安), 그리고 사법권의 영역에서 법치주의를 무시한 불법(不法)이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하의 민주주의를 ‘역(逆)민주주의’라 규정한다. 이를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2. 불신(不信)과 불통(不通) : 시민의 손․발․입을 묶고 그 목소리에 귀를 막아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응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적 갈등의 존재 때문이다(홍재우 2009). 다원주의 아래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시민들의 다양한 집단적 요구는 때때로 상충된 이해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일방적이고 권위적으로 해결하려는 전체주의나 파시즘과는 달리 공적인 영역에서 다수의 지배와 소수의 보호로 대표되는 일련의 게임의 규칙을 통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제도적 장치를 제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대통령제의 문제점들 중 하나는 다수에 근접한 득표만으로도 모든 정부 부서를 장악하는 승자독식의 구조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전체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오판해 권력을 사사화해 시민들의 사회적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Linz 1990).

이명박 정부 집권 4년의 정치는 이러한 제도적 단점에서 더 나아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오로지 자신만의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해왔다는 것이다. 노골적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첫 번째다. 집회의 개최 및 진행, 참가의 자유에 대한 ‘허가제’가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금지통보를 남발하며 헌법이 보장한 시민들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2008년 촛불집회, 2009년 1월 용산 철거민 참사 촛불문화제, 4/5월 노동절 행사와 촛불 1주년 행사 등 2008/9년 사이 집회 금지 통고가 무려 500여 건을 훌쩍 뛰어 넘었었다. 아울러 2008년 촛불집회,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추모집회, 그리고 2011년 한미FTA반대 집회는 원천 봉쇄되거나 경찰차벽으로 둘러쳐진 서울광장을 허탈하고 분노한 눈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경찰과 검찰을 앞세워 소위 ‘공안통치’를 부활시켰다. 경찰은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과잉, 폭력집안을 비롯해, 2009년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2011년 한미FTA 반대 집회 등에서 ‘권력의 몽둥이’가 되어 시민들의 인권을 억눌렀다. 특히 용산참사의 경우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경찰특공대를 조기에 무리하게 투입한 결과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었음을 국가인권위에서도 인정했다. 쌍용자동차 사태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쌍용차 파업 기간 동안 단전, 단수, 음식물 및 의약품 반입 차단, 소화전 차단 등 비인도적인 조치를 행했을 뿐만 아니라 진압과정에서 농성자 폭행, 최루액 투하, 전자충격기와 고무탄발사기를 사용하는 등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경찰장비 사용규정을 어기고 무분별하게 폭력을 사용했다.

단지 시민들의 손과 발만 묶인 것이 아니었다. 두 번째로 이명박 정부는 언론과 시민의 입을 철저하게 틀어막아 왔다. 언론의 자유 감시기구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2011년 5월 발표한 ‘2011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은 32점으로 “부분적 자유국"지위로 강등됨과 동시에 전 세계 196개국 가운데 홍콩과 함께 공동 70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연합뉴스, 2011/5/3). 김대중 정부(평균 28점, 자유국)와 노무현 정부(평균 29.5점, 자유국)로부터 명백한 역주행이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먼저 제도권 언론 길들이기부터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공영방송 사장 등에 친MB 인사를 임명하는 등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 대선후보시절 언론특보 출신을 YTN사장으로 임명하고 이에 반대하는 YTN노조원들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MBC에

서는 방송편성뿐만 아니라 인사권까지 간섭하며 사장을 사실상 사퇴시켰다. KBS에서는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배임죄로 몰아 해임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문제점을 지적한 PD수첩의 제작진들을 기소하여 비판언론을 위축시켰다. 이들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더군다나 조․중․동 등 보수적이며 친정부적인 신문사들이 종합편성권을 지닌 방송사업자로 진입할 수 있도록 신문법과 방송법을 개정했다. 결국 여론의 다양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은 사실상 실종될 위기에 처해버렸다.

시민들의 입 틀어막기는 점입가경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집회의 진원지로 인터넷 공간을 지목하고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게시물에 대해 업무방해,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의 법제도를 이용하여 철저하게 억압해왔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펼친 ‘언소주’ 회원 기소와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 기소, 2MB18Noma의 SNS 계정차단 등은 대표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악의적 규제이다. 최근 들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뉴미디어정보심의팀 신설이 다가올 2012년의 총선과 대선 공간에서 유권자들의 입을 막기 위한 꼼수임은 명약관화하다.

공직선거법 93조 1항은 선거운동에서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악용되어온 대표적인 악법이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정강․정책을 포함)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을 배부 또는 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공간에서 모든 정치적 행위를 실질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결코 아니다. 몇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먼저, ‘선거일전 180일’은 2012년과 같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 연중 모든 정치적 행위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둘째,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는 비단 선거운동이 아니더라도 모든 정치적 의사표현도 선거운동으로 간주될 수 있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은 실질적으로 모든 인터넷 상의 의사표현(게시판, UCC, 그리고 SNS 상의 표현) 또한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규정에 의해 2008년 이후 많은 사람들이 뉴스기사에 단 댓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영화 포스트나 광고물을 패러디 한 것들로 처벌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2010년 지방선거 당시 4대강 사업이나 무상급식과 관련한 유권자 캠페인이 법정으로 가야만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 2011년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93조 1항내에서 “기타 유사한 것”에서 인터넷을 제외시키는 한정위헌 판결을 내려 인터넷 공간에서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93조 1항은 선거운동기간을 제외한 모든 시민들의 정치적 행동이나 표현을 사전선거운동으로 구속할 수 있다. 따라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보다 확대되기 위해서는 93조 1항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3. 불안(不安)의 견제와 균형 : 비껴가거나 날치기하거나

 

대통령제의 또 다른 위험성은 대통령과 의회가 각각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다는 이원적 정통성(dual sovereignty)에 의한 교착의 발생 가능성에 있다(Linz 1990). 대통령이나 국회 모두 국민들에게 주권을 위임받았다고 생각하기에 각자의 주장에 물러섬이 없고, 따라서 의회가 대통령의 정책의제를 동의하기 않을 경우 정국은 대립과 긴장상태에 빠지게 될 수 있다. 보통의 대통령제 국가에서 교착상태는 대통령의 소속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른 분점정부

(divided government)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반대로 단점정부에서 높았다. 아직 권위주의 체제의 잔재가 남아있던 1990년 3당 합당 이후의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가 대표적인 예이다. 다수당인 여당이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을 하면, 소수당은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비상한 방식의 전술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의회 내의 폭력으로 이어지곤 했다. 따라서 다수의 지배와 소수의 보호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선 대통령이 의회의 소수파와 타협하며 정국을 협의체적(consociational)으로 운영해 나가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생민주주의 국가의 정치는 불안(不安)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민주정부 10년간의 쌓아온 민주적 관행으로부터 역주행하기 시작했고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은 사라졌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주행은 의회를 우회해 일방적으로 의제를 집행하는 것에서 나타났다. 즉 의회가 정상적인 심의와 의결절차를 걸쳐 법을 개정하기 이전에 시행령을 통해 실질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일이 빈발했다. 기획재정부가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양도세 중과세 폐지 소급 적용’을 발표한 일이나 4대강 예산안에 대한 부실자료를 제출하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한 일, 헌재의 ’절차적 위법성‘ 지적으로 국회가 재논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을 의결한 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의회 비껴가기 전술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22조가 넘는 혈세를 퍼붓는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사전환경성검토나 종합계획조차 없는 상태로 무리하게 착공했고, 이러한 졸속추진을 위해 상위법인 국가재정법에 위반되는 시행령을 개정했다. 아울러 국회의 의결 없이 예산을 집행함은 물론이고, 과도한 예산이 부담되자 한국수자원공사법상 수공의 사업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에 8조원의 예산을 떠넘겼었다. 턴키방식으로 선정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담합 의혹 등 권력형 비리의 가능성이 농후한 사업이었다. 결국 2009년 11월 시민단체와 시민 1만여 명으로 구성된 ‘국민소송단’은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행정소송 및 효력정치가처분신청을 접수하기도 했었다.

또 다른 견제와 균형 상실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직권상정과 날치기였다. 이명박 정부 하의 18대 국회는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의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직권상정 남발의 으뜸을 자랑했다. 예를 들어, 16대 국회(2000-2004년)에서 직권상정은 5건에 불과했으며, 17대 국회(2004-2008)에서는 29건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18대 국회 출범 이후 2011년 11월 말까지 직권상정된 법안은 총 97건에 이르렀다(전진영 2011). 다시 말해 여야 간의 협의와 합의를 거치지 않고 여당의 일방적 독주에 의해 법안들이 처리되었던 것이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이하 서복경 2011 참조).

2008년 10월 30일 한나라당은 중점처리 법안 131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77개의 정부 핵심의제와 54건의 한나라당 의원발의 법안이 포함되었다. 정부 핵심의제를 담은 77개의 법안에는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포괄하는 감세법안,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산 분리 및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법안, 한미FTA 비준안 및 이행법안, 신문법, 방송법, IPTV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 법안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본격적인 직권상정은 12월 12일부터 시작되었다. 당일 김형오 국회의장은 13개의 감세법안을 직권상정해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12월 18일에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직권으로 한미FTA 비준안이 상임위에 직권상정되었다. 12월 28일에는 총 85개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이 공식적으로 요구되었다. 중요 법안으로는 미디어 관련 법안, 한미FTA 비준안, 금산분리 및 출자총액제한 완화 관련 법안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의제들이었다.

특히, 미디어법의 경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이은 날치기 강행처리라는 면모 외에도 의원들의 대리투표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국회법」을 위반한 부정투표와 투표종료가 선언된 이후 정족수 부족으로 재투표를 시행함으로써 국회의 의사규칙을 무력화시켰다. 더 큰 문제는 국회의 최종 의사결정 기관인 본회의에서 발생한 사건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함으로써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성을 지닌 기관이 비선출 기관인 헌재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는 민주적 관행에 오점을 남겼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소가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이를 도외시함으로써 대통령의 일방적 역주행과 궤를 같이 했다.

한미FTA 비준안 역시 직권상정과 날치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비준안의 경우 2008년 12월 18일 외통위 직권상정 당시 회의장 봉쇄로 인해 야당 상임위원들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소송에 대해 2010년 12월 28일 헌재가 헌법 상 동의안 심의권을 침해당했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 판결이 있기 전인 4월 22일 한나라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이후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에 대한 정부의 입장 번복과 번역문 오류 등으로 오락가락 하던 한미FTA 비준안은 2011년 6월 새로 제출되기에 이르렀고 11월 22일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되어 날치기로 통과됨으로써 무법천지를 연상케 했다.

이처럼 과거 민주정부와 비교했을 때, 이명박 정부 아래 직권상정이 많아졌다는 점과 주요 법안들이 일방적인 날치기로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일방적 역주행을 생생히 보여주었으며 결국 정부 내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주요 기능이 상실되었음을 증거하고 있다.

 

4. 오염된 법치주의 : 부실하거나 무리하거나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견제와 균형 외에 검찰의 권한 남용 부문을 따로 떼어 내어 다룬 이유는 강력한 사정기관이며 자칫 살아있는 권력의 시녀노릇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한국사회 검찰의 특수한 위상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나름의 제도개혁들이 있어 왔다. 검찰은 엄격하게 말해 행정부(법무부) 소속이다. 그러나 한국의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까지 쥐고 있는 사정기관으로 그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입법부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아래 검찰의 행태는 권력 사유화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먼저, 정권실세와 제 식구는 철저하게 감싸 안고 솜방망이 부실수사로 일관했다. 둘째, 정권 비판세력에게는 과하리만치 권한을 무리하게 남용했다. 한마디로 부실하거나 무리하거나를 오락가락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정권실세와 제 식구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은 솜방망이 부실한 수사로 일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건에 대한 꼬리짜르기 수사이다. 청와대의 개입혐의가 불거졌는데도 검찰은 “재수사는 없다”를 반복했다. 오히려 사찰 피해자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의 꼬리짜르기식 수사는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의혹에서도 발견된다. 이 사건 역시 검찰은 전현직 임직원들의 개인비리로 몰아갔으며 2백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 꼬리짜르기 외에도 각종 편의봐주기 수사도 발견된다. 2010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을 위한 청와대 로비 사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천신일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도, 강제소환도 하지 않는 봐주기, 2009년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로비 사건에서도 강제소환 없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태도 등을 보였다. 아울러 검찰은 검찰비리와 관련된 수사에서는 ‘우리가 남이가’는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로 일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그랜저검사와 스폰스검사 사건이다.

둘째, 권력에 비판적인 세력에게는 무리한 기소나 영장청구로 수사권을 남용했다. 먼저 검찰의 전(前) 권력에 대한 목조이기 수사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 또는 처벌받아야 할 혐의와 무관한 사안들조차 언론에 유포시켜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배임혐의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기소는 결국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해 또 다른 불법정치자금수수혐의로 기소하고 공개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살아있는 권력의 시녀 역할을 자임해마지 않았다. 검찰은 나아가 권력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언로들을 탄압했다. 미네르바 전기통신기본법 관련수사는 위헌소지가 있는 법조항(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2010년 10월 28일 위헌결정이 남)을 무리하게 적용한 사례로 결국 무죄가 선고되었다. PD수첩 명예훼손 건 역시 소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보도‘로 불거진 것으로 주임검사가 사건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으나 강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임검사의 사표제출이라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으며 역시 법원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G20 쥐포스터‘ 사례 또한 훈방이나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할 만한 사안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당한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경찰 및 검찰, 심지어 기무사까지 이용하여 소위 “묻지마” 충성경쟁을 부추기고 정권에 대한 반대 세력을 제압하는 권력의 도구로 이용했던 것이다.

 

5. 미래는 어디에?

 

글의 서두에서 필자는 이명박 정부가 권위적일 수는 있지만 반민주적 정부는 아니다는 민주주의 연구 대가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되었고 따라서 반(反)민주적인 정부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위에서 살펴본 내용을 통해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손․발․입을 묶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불신과 불통의 정부, 날치기와 의회 비껴가기를 일삼은 불안(不安)한 정부, 그리고 검찰의 독립과 법치주의를 무시한 불법적 정부임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역행시킨 ‘역(逆)민주주의’ 정부라는 것이다(홍재우 2009).

이제 남아있는 일은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이명박 정부를 멈추어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다시금 더 깊고 넓은 민주주의의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2012년은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4월 총선거와 12월 대선에서 현재의 역주행을 멈춰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진보진영의 연대 및 통합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 이후 우리는 민주주의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과 언론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반응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과 의회 간의 관계를 협의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해야할 뿐 아니라 정부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그 가운데 검찰 개혁을 통해 검찰이 더 이상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고 법의 공정한 집행자가 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공은 시민들에게 넘어가 있다.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

 

참고문헌

 

서복경. 2011. “의회정치의 위기 : 무능력과 파행운영의 문제점과 대안”, 한국의회학회 창립 학술회의 발표논문, 2011/12/16.

전진영. 2011. “국회의장 직권상정제도의 운영현황과 정치적 함의”, 『한국정치연구』, 20권 2호: 53-78.

참여연대. 2009~2011. 『이슈 리포트』, 여러 이슈들.

홍재우. 2009. “현 단계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평가 : 역(逆)민주주의의 민주정권”, 코리아연구원(http://knsi.org/knsi/kor/center/view.php?no=9850&c=1&m=2), 2009/8/25.

Linz, J. Juan. 1990. "The Perils of Presidentialism." Journal of Democracy Vol. 1, No. 1, 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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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정부와 역민주주의.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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