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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언론파업특집 집중점검2] 언론인이여, 침을 뱉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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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김현주 | 민주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 등록일 12.07.19
조회수 3244 댓글 0

 - MB 정부 下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치욕스러운 기록들 -  

지난 3월 2일. 연합뉴스는 23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여느 언론사도 아닌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파업을 한건 23년만의 일이었다. 그만큼 연합뉴스의 파업은 타 언론사 파업에 비해 ‘국가기간(基幹) 통신사’의 파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들의 파업은 103일 안에 마무리 됐고 편집총국장제와 공정보도 책임평가제 시행이라는 공정보도장치 신설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정작 노조가 강하게 주장했던 즉각적인 사장퇴진은 이루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보고서는 왜 국가기간 통신사의 언론인들이 공정보도를 내세우며 전면적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의미와 역사를 담고 있다.

국가기간 통신사의 역할과 위상 

뉴스통신사를 간단히 정의하면 기본적으로 대중을 직접 상대하는 신문과 방송미디어와는 달리 특수집단, 즉 신문과 방송사, 기업, 개인회원 등의 고객을 상대로 온라인 통신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뉴스(텍스트, 사진, 동영상 그래픽 등)를 단말기, 인터넷, 휴대전화 등의 통신기기를 통해 판매하는 특수미디어이다. 외국 주요 통신사로는 로이터(영국), AP(미국), AFP(프랑스), 교도통신(일본), DPA(독일), EPA(유럽) 등이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2003년에 제정된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가기간통신사로 지정됐고 국가적 자산으로 축적될 뉴스, 정보 서비스를 위해 국내 최대의 본사 및 지방 취재망과 해외 특파원망을 갖추고 있다. 또한 연합뉴스는 구미 외신사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달되어 온 국내 뉴스를 해외에 한국인의 시각으로 전달하는 외국어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을 지니게 됐다. 이 법이 제정됨에 따라 연합뉴스는 제도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담보해 냄으로써 우수한 인력과 기술을 갖춤과 동시에 통신시장에서 강자의 위치를 구축할 수 있었다. (현재 연합뉴스는 연간 300억 원의 정부 구독료을 받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연합뉴스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 

뉴스통신진흥법은 연합뉴스를 국가기간통신사로 정의하며 ‘뉴스통신은 그 보도에 있어서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5조)라고 명시한다. 연합뉴스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첫째 ‘언론사를 대상’으로 뉴스를 제공한다는 뉴스통신사로서의 특성, 둘째 일반국민들에게 기사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특성 때문이다. 또한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연합뉴스의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독 기사 KILL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은 엄연히 말해 MB 측근은 아닐 수 있다. 그는 YTN의 구본홍이나 KBS의 김인규처럼 MB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그는 현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하한 낙하산 인물이 아닐 수 있다. 연합뉴스의 노조도 그가 선임될 당시 고향이 포항출신이며 고려대(TK라인)를 졸업하긴 했지만 정확한 정황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사장 취임에 노골적으로 반대투쟁을 하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YTN을 정작 망친 것은 배석규 이듯 현 정권은 언론사 경영진이 ‘알아서 기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지 않던가? 

박정찬 사장 취임 직후 2009년 4월 말 여야는 한미 FTA 비준 처리를 둘러싸고 몸싸움을 하며 대치하는 상황이 있었다. 당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외통위 회의장에서 기다리다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민주당 천정배 의원에게 “왜 들어와 있어 미친놈”이라고 주변에 속삭였다. 이 발언은 국회 내부 방송으로 생중계됐지만 몸싸움 소동에 묻혀 자세히 듣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톤이 미약했다. 연합뉴스 정치부 담당기자는 이 대목을 정밀하게 확인해 단독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킬됐다. 제보에 의하면 “연합뉴스 기사가 킬된 뒤 박사장은 유명환 장관에게 ‘우리 연합의 위력을 알겠느냐’라는 취지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박 사장 본인은 부인하지만 연합뉴스 안에는 이런 소문이 파다하다. 

엿새 뒤 타사가 이를 특종으로 다뤘다. 이 사안을 두고 여야는 한동안 홍역을 치렀다. 그만큼 휘발성 있는 소재였다. 엿새 앞서 FTA 비준 처리 여론이 몰아칠 때 이 기사가 나갔으면 어땠을까. 기사의 시의성은 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민감한 사진 KILL 

2011년 3월 3일 오전 7시 국가조찬기도회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사진부 청와대팀이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는 장면, 참석자들이 이 인사말을 듣는 장면, 이대통령이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장면 등을 촬영했다. 모든 사진을 송고하려고 하자 갑자기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진은 빼달라고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요청했다. 이는 엄연한 정보누락이다.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제1의 역할이 무엇이던가? 전체 방송사 및 신문사 등 언론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 무릎 꿇은 대통령

2011년 3월3일 문화일보가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관 국가조찬기도회 자리에서

사회자의 주문에 따라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결국 이 사진은 정부의 요청을 암묵적으로 거부한 석간신문 문화일보의 특종사진으로 나갔다.  

2010년 4월 2일 국회에서 천안함 사고 관련 긴급현안질의가 있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이 답변하는 도중 메모가 한 장 전달됐다. ‘VIP께서’로 시작되는 이 메모는 이 대통령이 김 장관의 발언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미가 담긴 내용이었다. 연합뉴스 사진부 기자가 이 사진을 찍었으나 이 역시 킬됐다. 취재팀은 사진을 찍어 회사로 전화로 보고하고 이메일을 보냈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송고되지 않았다.

결국 노컷뉴스의 특종보도로 이 사진은 게재됐다.  

왜 하필 ‘연합뉴스’ 보도를 문제 삼는가 

연합뉴스가 기사를 작성하지 않아도, 연합뉴스가 사진을 송고하지 않아도 최첨단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수 십 개 이상의 언론사가 존재하는 이 환경에서 기사가 사진이 보도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결국 누군가가 기사를 작성할 것이고 사진을 올릴 것이며 보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하필 연합뉴스의 보도를 문제 삼는 것인가. 

국가기간통신사의 영향력 

1. 포털 뉴스 메인 위치 차지 - 신속한 파급효과  

연합뉴스는 국가기간 통신사로서 300억의 정부 구독료를 매해 지원받는다. 또한 연합뉴스는 국가기간 통신사이기 때문에 타 언론사에 비해 포털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다음은 국내 유선 인터넷 검색 점유율 72.4%를 차지하는 네이버의 메인화면이다.

타 언론사와 다르게 연합뉴스의 속보는 네이버 뉴스의 상단 바에서 다뤄지고 있다

포털에서 연합뉴스는 타 언론사와 다르게 속보 형태로 특정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위의 바는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연합뉴스를 1초당 제목만 변경해서 보여준다. 속보가 나올 경우 연합뉴스가 가장 먼저 네티즌들에게 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타언론사에 비해 연합뉴스가 기사나 사진을 송고할 경우 가장 빠르게 네티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저널리즘의 첫째 항목이 시의성임을 감안한다면 인터넷 포털에서의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 누릴 수 있는 정보전달에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곳곳에 포진된 메시지의 주역들 - 다양한 취재망 

연합뉴스는 국내 언론사 가운데 최대의 지방 취재망을 갖추고 있다. 전국 13개 취재본부에서 120여명의 취재기자를 두고 방방곡곡 현장을 누비며 지역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전세계 33개 주요 지역에 45명의 특파원과 16개 지역 16명의 통신원 등 60여명에 이르는 해외 취재망을 확보하고 현장의 소식을 국내에 전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 뉴스 가운데 중요한 소식을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으로 옮겨 전 세계에 제공하는 외국어 뉴스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이 모든 경쟁력 있는 장치를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 구독료 300억이 있다. 이 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연합뉴스의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편향의 기사제목과 내용 

MB 정부 들어 연합뉴스가 정부편향의 기사를 작성했던 사례는 너무 많아 언론학계 내에서는 큰 화두였다. 4대강 특집 기사, 이대통령 임기 반환점 특집 기사, 한미 FTA 타결 기사,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기사 등 중요한 특집 및 이슈 관련 기사들이 대부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었다. 보도의 행태는 주로 제목과 내용을 통해 정부의 사업을 예찬하고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는 내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이대통령의 임기 반환점 특집 기사 제목의 논조를 보면 다음과 같다.

 

 ‘-’라고 표시된 주제는 객관적 중립적 보도이거나 인터뷰 기사. 긍정적 부정적으로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없었음

연합뉴스 기자들의 자조적 목소리 “나는 연합 찌라시에 다니지 않는다”

심지어 연합뉴스는 의도적으로 기사제목을 왜곡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노조가 가장 수치스럽게 여겼던 한명숙 공판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사건 당시 전 총리)의 공판기사는 연합뉴스가 불공정 보도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대표적 사례였다. 연합뉴스는 공판에서 나오지 않은 내용을 ‘검찰의 입맛대로’ 데스크가 기사에 넣는다거나 피고인(한 대표)을 ‘유죄로 단정한 것 같은’ 기사를 연거푸 송고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심지어 이에 반발한 현장 기자들이 “이런 왜곡 기사에 내 이름을 못 넣겠다”고 저항했다. 기자들이 반발하자 데스크는 기자 성명으로 기사를 내보내는 관행을 깨고 ‘법조팀’ 이란 이름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그만큼 담당기자들의 반발이 극심했던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당시 서울시장 선거(한나라당 ‘오세훈’ vs 민주당 ‘한명숙’)를 앞두고 가장 예민한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국가기간통신사가 왜곡된 정보를 작성하며 거짓 여론 몰이를 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것과 다를 바 없다.

연합뉴스 노보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2012.3.7)

통신사로서의 기능 저하

연합뉴스 노조가 23년 만에 파업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연합뉴스가 제대로 된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됐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해 새로운 보도채널인 뉴스Y를 개국했다. TV채널로의 진출은 연합뉴스의 경영진에게는 큰 수확일지 모르겠으나 내부 기자들에게는 업무 과부하를 의미했다. 경영진이 새로운 인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연합뉴스 내의 기자들을 그대로 방송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방송 기사 작성과 동시에 통신사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심지어 박정찬 사장은 “앞으로 연합뉴스의 인사를 방송 기준으로 하겠다”며 “통신 콘텐츠가 악화되는 것은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고 있었다. 타 언론사들은 연합뉴스의 기자들이 방송에 업무를 치중함으로써 각 지방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 기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불만이었다. 심지어 “요즘 우리 회사에서 뉴시스(민간 통신사) 검색해보라고 한다”라는 지탄을 받았다. 국가기간통신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받는 비난이었다. 연합뉴스는 전국의 조직망을 통해 사건과 사고 기사를 처리해 각 언론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 언론사는 연합뉴스의 사진 등의 정보를 이용할 때 일종의 전재료(정보이용료)를 연합뉴스에 내고 있다. 그러던 연합뉴스가 방송 업무에 치중함으로써 본연의 역할인 통신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연합뉴스의 28기 직원들은 뉴스 Y와 연합뉴스사의 협업시스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들은 “타사 기자들 사이에서 연합뉴스가 통신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편집국 내부에서는 어디서나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32기 입사자들도 “현장에서 박스기사를 먼저 써야 할지, 영상을 먼저 찍어야 할지 고민을 나누게 된다”며 방송업무로 인해 통신사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언론인이여, 침을 뱉어라

국가기간통신사가 23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었다. 비록 103일의 투쟁으로 끝났지만 그들의 파업의 의미는 컸다. 현 정부는 엄연히 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기능을 마비시켰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 빠른 메시지의 전달이라는 연합뉴스의 역할과 위상은 땅으로 떨어졌었다. 심지어 이들의 정보를 제공받아 기사를 써야하는 언론사들이 연합뉴스를 믿지 못했다. 연합뉴스 기사의 공정성을 믿지 못했고 ‘연합뉴스=관영통신사’로 인식했다. 국민의 세금 300억이 현 정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도구로 쓰인 것이다. 연합뉴스 노조는 비록 박정찬 체제를 끝내지 못했지만 사측과의 조율을 통해 그동안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조건으로 잠정적 결론을 합의를 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공정보도 책임제와 편집총국장제를 도입하고 고용차별을 해소하며 인사의 공정성 확보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연합뉴스의 왜곡, 편파적 보도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장치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김수영 ‘시여 침을 뱉어라’ 中 민음사(1975))
연합뉴스는 파업을 통해 현 정부의 언론관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온몸으로 보도의 공정성과 연합뉴스의 역할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들의 노력과 결실이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길 빈다.

 

* 본문은 하단에 첨부되어있습니다.

   언론인이여, 침을 뱉어라.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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